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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반전 인생 #인생개썅마이웨이
    직업 김첼로 2019. 5. 26. 06:06

    인생 계획에 없던 아이를 낳은 반전. 아이가 한 살 되던 날 어린이집에 입학했고, 나는 그날 대학원 입학식에 갔다. 중학교 때부터 가수 신성우를 좋아해 목매던 친구는 그가 중앙대 조소과를 나온 걸 알고 내가 다니던 미술학원에 들어왔다. 서양화를 하던 나는 분명 그 친구를 비웃었는데 어느새 조각가가 되겠다는 환상에 빠져 온 힘을 다해 흙을 쳐댔다. 미대에 들어가 이른바 ‘노가다’ 작업을 원 없이 질리도록 했다. 노가다만 하기엔 정말 ‘이론'이 너무 고팠다. 대학원 생활은 매일 아침부터 저녁까지 철학, 인문학, 예술사, 미술사, 건축학, 미학 수업에 푹 빠져있었다. 난 동기들 사이에서 등록금 ‘뽕 뽑은 애’다. 

     

    미술시장 수업에서 만난 마음 잘 맞는 예술경영학과 친구가 당시 10년 차 경제지 기자였다. 전공과 직업 이야기를 자주 하면서 도전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졌다. 졸업 전부터 맨땅에 헤딩하는 심정으로 경험도 없는 ‘기자’를 시작했다. 처음엔 잡지사에서 시작해, 경제지에선 새벽 4시부터 유럽 소식을 전하는 뉴스를 썼다. 파리 테러가 터졌을 땐 24시간 대기하다 BBC 뉴스 속보가 올라오면 번역해서 올리기도 했다. 태생이 건강체질을 자랑하는 내가 점심시간에 링거를 맞아가며 기사를 썼다. 늦게 시작했으니 느리기도 했고 남들보다 더 일해야 했다. 집안일과 육아를 같이 하려면 하루에 2~3시간 자는 것도 아까웠다. 

     

    뭐든 <반전>이 있는 게 좋다. 내게 반전 없는 영화•드라마는 허무할 지경이니까. 나는 한글•영어 이름이 모두 남자 같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이베이에서 아이폰 거래를 할 때다. 나와 거래한 판매자 미국인 남은 마침 한국 관광을 하고 싶어 하던 터여서 배송비 없이 5호선 OO 역에서 직거래를 하기로 했다. 빨간 레깅스에 금발 머리를 한 나는 한참을 서서 기다려도 판매자가 오지 않자 5미터쯤 떨어진 곳에 외국인 셋이 있는 그룹이 보여 그쪽으로 가서 그 사람 이름을 대며 “너가 걔냐?”고 물었다. 그 남자를 비롯해 옆에 여자 친구 두 명 모두 큰 눈들이 더 커지면서 날 2~3초 쳐다봤다. 그 판매자 남은 내 아이디(영어 이름)와 그동안 거래를 위해 나눈 대화 말투 따위로 봤을 때 내가 절대 ‘남자’라고 생각했다나? 뭐 그렇게까지 놀랄 일인지는 모르겠으나, 나 오종종하게 생긴 아줌마야.

     

    덤벙거리고 못 할 거 같지만 가족의 무한한 칭찬과 응원 세례를 받으며 육아를 꽤 잘 하고 있다는 거. 요기니도 아닌 40대지만 서서 한쪽 다리가 벽에 딱 붙어 스트레칭이 잘 되는 거. 계획에 없던 남편이 외국인인 거. 한국에 12년째 사는 남편이 한국말 한 마디 못 하는 거.==‘ 이뜬이가 오드 아이라는 거. 흠... 대학원 들어가서 장학금 받은 거 하하. 기자 한 거. 지금도 한다는 거. 다큐 작가가 된 거. 적어보니 ‘반전’ 연속이다. 원래 사는 게 이런 건지 모르겠지만. 때가 되면 계속 바뀌나. 

     

    지난해 UN이 발표한 나이 분류표에 따르면 65세까지 청년이다. 내 인생 반은 물 흐르듯 흙탕물, 똥물에 휩쓸리기도 했지만 부모님 도움으로 빠져 나와(끌려 나와) 하고 싶은 거 하며 살았다. 앞으로 살 나머지 인생은 휩쓸리는 건 스킵하겠다. 이것도 나에겐 큰 반전. #인생개썅마이웨이 #반전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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