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천사 보쓰 VS. 양아치 보쓰
    직업 김첼로 2019. 5. 28. 14:48

    지난주 호주로 이사 간 동생 <쎈>의 엑스 보쓰는 천사인가. 회사를 스스로 그만둔 사람에게 날짜를 더 쳐서 한 달 치 월급을 더 주더니, 이번엔 새로운 직장을 구하는데 시간을 좀 가지고 생각해 보라며 무급 휴가로 처리해 다음 달 월급까지 준다고 했다고. 시급 몇 시간을 더 쳐주는 알바에게 호의를 베푸는 게 아닌 억대 연봉자에게 몇 달치 월급을 <배려>하는 이 행위는 무엇일까. 물론, 회사에 수백억을 벌어준 <쎈>에게 열 번 백 번 감사 인사를 해도 부족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회사 입장에선 그만둔 직원에게 굳이 그러지 않아도 그만이다.

     

    대기업이라서가 아니고, 스웨덴 회사라서도 아니다. <사람>이 다른 것이다. <쎈>의 말대로 외국인이라 워킹 비자와 세금 관련 문제로 연장하는 것도 복잡할 텐데 말이다. 이렇게 감사한 일이 있다니 세상이 살 만하다는 걸 <쎈>을 통해 본다.

     

    동시에 그동안 내가 만난 보쓰와 회사들의 행각이 흑과 백으로 비교 및 구분되는 순간이다. 프랑스 유학을 끝내고 돌아와 한국에서 처음 입사한 곳은 5년간 몸 담은 영어 학원. 내가 일하던 <신촌> 지점이 중간에 본사 직영점에서 개인 가맹 학원으로 사업자가 분리될 때 내 서류는 일 년이 채워지기 직전인 1개월 전 날짜로 <퇴사> 처리를 하겠다는 통보와 함께 같은 날 나도 모르는 내용의 <자진 퇴사> 의사 내용인 들어간 계약서에 싸인 하라는 강요를  받았고, 찜찜하고 불쾌했지만 싸인했다. 그리고 회사는 내가 개인 가맹학원에 <입사> 한 것처럼 서류를 꾸몄고 퇴직금은 없었다. 

     

    기꺼이 계약서에 싸인한 건 회식, 야근, 성추행, 아재 개그 등의 한국 회사 문화가 없는 외국인들과 일하는 게 좋았던 게 이유였다. 4년 치 퇴직금을 못 받은 나를 가엾게 여기신 원장님은 나에게 심심한 <위로금>과 풀옵션 장착이 된 회사 <숙소>를 제공해 주셨다. 여하튼 나는 아무 일 없다는 듯하던 일을 계속했고, 계약서에 싸인을 한 다음날도 4년 전처럼 출퇴근을 반복하며 일했다.

     

    기자일을 시작한 후엔 <사양 산업>의 <민낯>을 보았고, 일 하는 건 좋았지만 당시 사회 문제로 대두된 단어 <갑질>에 수년간 휘둘림 당하면서 몸과 마음이 피폐해졌다. 이런 식으로 네 명의 보쓰를 겪은 후 즈음 잠수를 타고 있을 때 대차고 똑똑하고 자유 영혼까지 겸비한 경제지 기자 선배 <스텔>과 내가 자주 가는 망리단길에서 만났다. 그녀는 <마 다 그런다>는 말을 남겼고 그래서 나는 슬픈 일이지만 당한 게 아닌 <현상>으로 받아들였다. 상처 받은 기억이 없어지진 않겠지만 무뎌지는 <현상>이 일어났다. 멘탈이 나갔다 들어오는 데 시간이 좀 걸렸지만 <굳은살>이 생겼고, 적어도 돈 받고 경험한 것이니 퉁쳐야 하나. 뭐 지금 잘 살고 있으면 된 거라고 스스로 위로한다. 세상에는 쎈의 보쓰처럼 천사 같은 사람도 있지 않나. 나도 그런 보쓰의 마음으로 살면서 누군가에게 세상이 살 만하다는 생각이 들게 해주고 싶다.

     

     

    댓글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