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 김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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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줄 타기를 하는 마음으로 고민한다직업 김첼로 2019. 4. 25. 02:35
제목으로 브런치에 글을 연재하는 작가 는 단 한 벌의 옷으로 여러 나라를 다니며 여행을 다니는데 매일 해야 하는 빨래가 버겁고 옷이 잘 마르지 않아서 냄새도 난다며, 자신이 미니멀리즘을 추구해서 더러워진 건지, 원래 더러워서 미니멀리즘을 하고 있는 건지 모를 지경이라고 했다. 나는 물건을 정리하는 병에 걸렸다. 정확하게 말하면 원래 정리는 좋아했으니까 이다. 가끔 정말 정말 마음에 드는 것은 하기도 하고. 쓰지 않는 물건은 버린다. 이를테면, 지난주에 재익의 한 십 년쯤 된 속옷 두 장과 구멍이 크게 난 양말 몇 켤레를 버렸다. 그의 속옷을 내가 버린 일은 십 년 넘게 한 번도 없었다. 정리와 버리기 병이 극에 달하면 집안에 있는 모든 물건들을 볼 때마다 솔로몬의 저울을 들고 으로 고민한다. 뭐 그리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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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공간을 채우느라 공간을 잃는다직업 김첼로 2019. 4. 24. 00:46
원제: 미니멀 라이프를 대하는 태도 (*2017 에세이 수정) 5년 전쯤. 미니멀 라이프의 전도사 도미니크 로로의 저서 미니멀 라이프 시리즈, 붓다의 가르침으로 미니멀을 깨우치는 서적 등 '미니멀 라이프'로 분류되어 출판된 거의 모든 책을 읽었다. 맥시멀 리스트의 삶을 살고 있는 나에게 종교와도 같은 '신세계'였다. 책을 쓴 사람들도 '실행'에 옮겼고 '변했다'는 데 대해서 나도 간절하게 변하고 싶었다. 사람이 갑자기 변하면 죽는다는 말? 사람들은 사는 동안 하고 싶은 거 하고, 읽고 싶은 책 읽고,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들과 즐기는 삶을 살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는가. 미니멀 라이프를 살기 위한 노력으로 당장 실행하기 위해 잠도 오지 않았다. 인생에서 필요도 없는 물건의 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정말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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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예술가는 비평가의 목소리에 떨어야 하는가직업 김첼로 2019. 4. 23. 16:00
왜 예술가는 비평가의 목소리에 떨어야 하는가. 창조할 수 없는 사람이 창조적 작업의 가치를 평가하려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창조할 수 없는 사람이 창조적 작업에 대해서 무엇을 알 수 있겠는가. #오스카와일드 는 몇 년간 예술학을 공부하며 욕지기가 나왔던 내 마음을 한마디로 정리했다. 창조 작업 경험이 전혀 없는 교수들 그리고 평론가의 길을 가려는 학우들이 피카소의 그림 하나 또는 어떤 이즘 하나를 두고 3~4시간 이상의 비평적 발표를 하고 논하는 광경은 도대체 이해할 수 없었다. 나는 조각을 공부하던 십대 때부터 대학에서 작업을 하면서 현직 조각가들과 건축 조형물 작업 그리고 국가 재산의 복원 작업까지 20여 년간 예술을 하면서 술에 취해서 작업을 했던 날도 있다. 알코올의 기운과 상관없이 제작 과정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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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이 된 지 몰랐다직업 김첼로 2019. 4. 23. 15:41
임신이 된 지 몰랐다. 사진 공부를 하는 친구의 포트폴리오를 위해 모델 알바를 했던 날이다. 한 달이 넘는 영국 에든버러 축제에서 내 팔자에는 없는 줄 알았던 뮤지컬 배우로 공연을 하고 돌아온 날 인천 공항까지 나와 나를 기다리던 남편 재익은 두려움에 미루고 있던 아기를 갖자고 말했다. 우리는 누구 하나 고정 급여가 나오는 직장에 다니지 않지만, 재익이 그렇게 말하니 겁은 났어도 하고 싶은 마음이 생겨 병원을 다니며 필요한 검사와 치료를 받았고, 6개월 후 하늘에서 나의 보물 을 내려주셨다. 사진을 찍는 친구의 작업은 매번 아이디어 미팅부터 피사체(모델)의 성향과 의견을 적극 반영한 스토리를 감각 있게 표현하여 맘에 들었고 가끔 같이 일을 했다. 이 날은 조그만 테이블에 올라가 점프하듯 하는 동작이 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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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율직업 김첼로 2019. 4. 23. 11:44
일주일이 좀 넘었던 율율의 유치원 방학은 리댜 고모가 사는 아랍의 아부다비 부럽지 않은 폭염이 절정을 찌르며 계속된 가운데 짧은 여행을 몇 차례 했고, 몇 주가 지난 느낌이다. 현진씨의 엄마인 외할머니 기일을 위해 간 안동 시골에서 율율은 아이돌이라도 된 듯 여러 친척들의 열렬한 리액션을 확인하며 최선을 다해 엔터테인을 해 보였다. 가수 오디션 프로에서 미션을 하듯 개다리 춤으로 시작한 몸짓은 현대무용을 연상케 하는 퍼포먼스로 변하고 급기야 외삼촌의 에어 복대를 머리에 쓰면서 시골집에 있는 온갖 소품을 이용한 엉뚱함을 끊임없이 선보였다. 율율은 정확히 1살과 2살 때 어린이집 재롱잔치에서 그 말로만 듣던 였다. 무대에 서서 나와 남편 재익의 눈을 번갈아 응시하면서 끝까지 움직이지도 않고 울었다. 후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