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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터뷰]"내 작품은 상품이자 연극" 세상에서 가장 화려한 소파 디자이너 알레산드로 멘디니
    첼로의 인터뷰 2019. 4. 23. 02:08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전시관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알레산드로 멘디니가 시계 디자인 제품을 설명하고 있다

    “내 디자인의 중심은 사람이고 소통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현존하는 ‘제품 디자인의 아버지’로 불리는 84세 백발의 대가는 강연 120분 내내 꼿꼿한 자세로 디자인을 향한 열정을 뿜어냈다.

     

    14일 오후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서울디자인재단과 DDP가 주관한 세미나에서 제품 디자인의 대가 알레산드로 멘디니를 만났다. ‘상업적인 것은 예술이 아니다’는 일반 명제를 부정하듯 멘디니의 디자인 작품들은 예술과 상업의 경계를 넘나들며 그 어떤 것도 예술이 될 수 있다고 웅변하고 있는 듯했다.

     

    그의 디자인은 탄생이라는 말보다는 이미 친숙한 모습을 많이 보여주는 것이 ‘재탄생’이라는 말이 더 어울린다. 그래서 그를 ‘리디자인(Redesign)의 선구자’라고 하는지도. 일상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것들을 예술품으로 거듭나는 일을 벌인다. 그래서 멘디니는 '늘 인간과 소통'을 강조하며 말한다. 그의 작품은 인간이고, 인간 속에서 우러나는, 그래서 일상에서 상업적이지만 그것이 예술품이 되는 것이라고 믿는. 그렇게 멘디니는 사람들 속으로 스며든다.

     

    이날 세미나 속에 멘디니는 예술가 인생의 디자인 성숙 과정과 작품 철학 하나하나를 풀어헤쳤다. 자신의 모든 작업에는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디자인이 배여있다고 강조하면서 예술과 상업의 양면성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나가는 멘디니는 “나는 장르를 형태와 컬러 두 가지로 나눈다”, “내 작품들은 일종의 알파벳처럼, 시간이 지속됨에 따라 변하는 것을 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멘디니가 추구하는 삶과 예술이 합쳐진 실용예술을 자신만의 ‘아방가르드(avant-garde, 전위예술)’ 개념을 설명했다. 특히, 아방가르드에서 미래 첨단 기술에 대한 기대와 불안을 운동성과 속도감으로 풀어내는 미래주의(FUTURISM)와 사물의 입체성으로 실용성을 돋보이게 하는 큐비즘(CUBISM)을 강조했다. 그의 드로잉에서 드러나듯 그가 추구하는 미술 사조 몇 개가 모여있는 느낌이다.

     

    ▲ 멘디니의 드로잉

    멘디니는 작품 탄생의 시작을 ‘스케치’라고 했다. 건축 구조물이나 조형물 등 모든 작품의 완성하는 데 그 시작은 <스케치>라고 했다. 이를 말해주 듯 전시장에는 대형 조형물을 포함한 600여 점에 달하는 그의 작품들과 함께 개성 있는 드로잉 수십 장이 전시되어있다. 작품의 탄생을 알리는 '시작' 이다.

     

    수 백가지 전시 작품을 본 후 익살스럽고 재미있는 형태에 빠지지 않은 실용성, 자유자재로 '후려놓은 듯한' 색의 조화가 뇌리에 박힌다. 미술 학도로써 소문으로만 듣던 <컬러 is 멘디니>라는 공식을 이해할 수 있었다. 백발에 등이 굽어 천천히 걷는 그의 외모로만으로 알 수 없는 그의 예술 세계 속 작품은 화려함이 극에 달하는 반전을 준다.  80세 중반 임에도 역동적이고 익살맞은 아이디로 디자인을 하고 화려한 색감을 가진 타고난 감각에 잠시 부러워해본다. 사람들의 타고난 능력이나 매력은 나이와는 무관하다는 사사실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멘디니는 “컬러는 단순히 자연에서만 오는 것이 아니라 미래에서도 온다"며 그의 건축 작품의 컬러는 하나의 ‘심볼’이라고 덧붙였다. 작품 <작은 집>을 PPT 화면으로 보여주며, 작품 속의 작은 성당은 유리 소재의 모자이크 형식이지만, 모자이크 하나하나에 다른 예술가들의 작품을 타일처럼 담아 거리를 두고 한눈으로 봤을 때는 또 다른 새로운 작품이 탄생한다고 설명했다.

     

    ▲멘디니의 베스트셀러 소파 <프루스트> 작품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화려한 색의 거대한 소파 <프루스트> 역시 모자이크 작업 형태로 가로 2m, 세로 2m 다. 소파 형태 위에 현란한 색의 종이를 수 천 만장 붙였다. “<프로스트>는 작은 소설이 모여 또 하나의 소설을 만들어내 듯이 작은 모자이크들이 세상을 덮는, 또 하나의 <프로스트>."라고 소개했다.

     

    최근 삼성전자와 함께 작업한 ‘스마트워치 기어 S2’ 디자인은 미니멀리즘의 극치를 보여주는 '애플'과는 또 다른 느낌으로 세련미를 더했다. 그는 기어 S 2에 아날로그를 상징하는 초와 침으로 우주의 의미를 담았다며 작품 탄생의 이야기를 했다.

     

    멘디니는 이날 세미나에서 “내 작품은 ‘연극화’돼 있다"며 또 다른 화두를 던졌다. 자신의 작품이 많은 연극이나 뮤지컬에 활용되는 것에 대한 대답을 이 한마디로 설명했다. 그가 그의 작품이 연극화돼있다고 표현한 것은 그래야만 그의 작품 철학인 많은 사람들과 소통을 작품에 투영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는 또 다른 베스트셀러 와인 오프너 <안 나 G>시리즈를 소개하며 오브제들은 로뎀 혹은 연극 속 캐릭터와 닮은 하나의 ‘초상화’라고 말했다. 실제 와인을 딸 때 우리가 팔을 올리고 당기고 하는 행위들을 바로 작품에 투영시켜 (작품 속) 캐릭터가 모두 회전을 하게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 멘디니의 베스트셀러 중 하나인 와인 오프너 시리즈 <안 나 G>.

    작품마다 기발하고 엉뚱하고 화려한 그의 예술 세계는 세미나에 모여든 청중들이나 전시장을 찾은 관람객들이 유쾌하게 관람하는 모습이었다. 

     

    건축을 전공한 멘디니가  포스트모더니즘이라 칭하는 실용적인 산업에 뛰어들어 리디자인(Re-design)을 시작했는지에 대한 물음에도 단번에 궁금증을 풀어줬다. “상업 작품은 기본적으로 아주 견고해야 하는데 다행히 기업체들이 내 작업에 많은 관심을 가져줬다"며 그의 다양한 수공업적, 건축적, 산업적 작품이 탄생할 수 있었던 배경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기업체는 아버지고, 디자이너는 어머니다.”

     

    이 한마디로 실용적인 리디자인에 대한 답을 대신했다. 디자이너 내면의 작품성은 기업과 상품을 만나면서 세상 밖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원리인 셈이다.

     

    나는 멘디디에게 한국의 현대미술과 작가들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물었다. 그는 “인터넷과 인사동을 통해서 본 한국의 미술은 아주 전통적이지만 동시에 상당히 글로벌화되어 있다."고 답했다. 글로벌 시대에도 한국의 미술은 통할 수 있다는 명쾌한 답이었다. 

     

    *알레산드로 멘디니전: 2015.10.09(금)~2016.02.28(일). 장소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디자인 전시관. 주최 ATELIER MENDINI, 서울디자인재단, 주한 이탈리아 문화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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