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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나는 파리를 느낀다직업 김첼로 2019. 5. 7. 22:02
일 년 중 10월이 가장 기다려진다. 파리에서 살았던 나의 20대 아침이 생각 나서다. 빵과 에스프레소가 생각나 알람이 없이도 아침 일찍 설레는 하루를 시작했다. 프랑스에 도착해 제일 먼저 커피 머신을 구입했다. 더블 에스프레소 잔 두 개를 나란히 두면 미니 커피 머신에서 내려지는 커피가 받아지고 바로 마시는 거였다. 보온이 되는 바닥판도 없고, 계속 리필해서 마실 만큼의 큰 유리 포트도 없었지만 너무 앙증맞은 머그에 커피를 내려 바로 마시는 매력에 흠뻑 빠졌다. 그때부터 커피를 에스프레소 수준으로 진하게 내려 마시는 버릇이 생긴 거 같다. 많이 만들 수 없는 디자인이니 한 번에 뒷골이 땡기게 진하게! 우리나라에선 조금만 추워도 보일러를 높여 구들장을 따뜻하게 데우고 방바닥이며 온 집안을 따뜻하게 해놓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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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is short]나는 재미있을 때만 웃고 재미없을 때는 웃지 않겠다직업 김첼로 2019. 5. 6. 06:00
는 물음에 대답할 수 있는 인간은 이 세상에 있을 리 없다. 나는 재미있을 때만 웃고 재미없을 때는 웃지 않겠다. 사는 건 이렇게 간단한 일이 아닌가. 인생은 진지하게 생각하는 게 아니라 그냥 사는 거야. -에쿠니 가오리 『즐겁게 살자, 고민하지 말고』 세상에서 우리가 바꿀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은 우리 자신밖에 없다. - 괴테 효율적인 삶이라니 그런 삶이 세상에 있을까. 혹시 효율적인 삶이라는 건 늘 똑같이 살고 있기 때문에 죽기 전에 기억할 만한 멋진 날이 몇 개 되지 않는 삶을 말하는 것은 아닐까._김언수『캐비닛』 지난 며칠 숨 쉬기가 힘들었다. 구구절절 에버노트에 기록을 남겼다. 오늘은 그냥 태권도가 끝나고 저녁 7시쯤 집에 올 율과 재익과 웃는 얼굴로 저녁을 먹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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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매일 요리 한다직업 김첼로 2019. 5. 5. 06:00
나는 매일 요리를 한다. 5년 전 율율이 어린이집을 입학한 날 나도 대학원에 입학했다. 졸업하기 전부터 시작한 기자 일은 경제지를 다닐 때 그 피폐했던 생활의 최절정을 기록했다. 나는 재익과 기저귀를 늦게 떼고 만 4세가 되도록 한국말이 트이지 않은 율율을 등지고 새벽 4시부터 늦은 저녁까지, 온 가족이 다 모인 추석에도 구정에도 모두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며 명절이나 여름 방학 등의 특집 기사를 썼다. 기자는 24시간 연중무휴 기사를 써야 하는 직업이다. 새벽마다 잠이 덜 깬 채 노트북을 안고 타닥타닥 소리를 내고 있는 나를 보고 새벽 수업 준비를 하고 출근하는 재익이 고 했다. 를 생각하며 에 대해 시비를 가려봤다. 스타트업으로 직장을 옮긴 후엔 나름 저녁과 주말이 있는 삶을 살았지만, 젊고 열정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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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한 인생, 인연,직업 김첼로 2019. 5. 4. 06:00
인형만큼 조그만 여자아이가 짙은 선글라스를 쓰고 자신감에 찬 모델 포스로 내 앞을 지나가는데 나도 모르게 시선이 따라가고 있었다. 잘 차려입은 인형이 움직는 거 같아서. 와우! 캘리와 나린이다. 재익과 내가 처음 만난 회사에서 같이 동고동락하며 수년간 함께 일했던 동료이자 친구. 그녀는 나와 연락이 끊긴 몇 년 새 미니미 을 만들어 새로운 인생을 살고 있었다. 워낙 조카 바보였던 캘리의 인스타그램에 자주 등장한 나린이 역시 조카인 줄만 알았다. 사진에서보다 훨씬 더 작고 목소리는 엄청 크고 영어 한국말도 너무나 잘하는 사랑스러운 아이다. 이런 소리가 절로 계속 나오면서 녹아드는 거 같았다. 재익과 율과 내가 정말 가끔 가는 신촌 현대백화점의 지하 벤치. 시원한 백화점 내 아이스크림 가게를 마다하고 폭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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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안간> 씨스터 둘과 베프 둘직업 김첼로 2019. 5. 3. 06:00
3년 전, 무지 추운 날 내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나의 씨스터 둘과 베프 둘이 모였다. 주얼리 디자이너, 경제지 기자, 심리학자, IT 비즈니스 우먼. 나는 엄마이자 학생이었다. 각기 다른 직업을 가진 우리는 와인을 마시면서 밤새 수다를 떨었다. 비가 왔던 어제는 가는 곳마다 실내 에어컨 공기의 차가움에 오들오들 떨었는데, 오늘 아침엔 후덥지근한 더위를 느끼며 어째 속은 기분이다. 사진에서 진주 목걸이를 한 아름다운 나의 언니는 어제 이라는 메시지를 보내왔다. 외국에 살면서 한국어를 한동안 못 듣고 산 동생은 이란 단어를 오랜만에 듣는다며 가을이 온 한국을 부러워했다. 아이폰 속 앨범을 올려보다 우연히 한겨울 사진을 발견하고 더위를 달래 본다. #금발학생하늘 201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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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절히 원하는 걸 더 쪼개서 적어보고 상상 이미지도 그리면 이뤄진다직업 김첼로 2019. 5. 2. 06:16
비가 온 뒤라 그런지 파랗고 높아진 하늘을 배경으로 오랜만에 셀피 버튼을 눌러본다. 해외취업 성공기와 팁을 연재하는 블로그로 최근 국내 매체에서 강연 러브콜을 받고 있는 나의 롤모델이자 동생인 이 보내온 메시지를 확인했다. 이미 성공한 부자들이나 (또 다른 나의 롤모델) 등처럼 하고자 하는 목표에 쉽게 달성했을 것 같은 사람들의 공통점 6가지에 대한 링크였다. 평소에 생각하고 있던 것들이지만 역시 실천하고 습관을 만들어야 한다는 건 내가 미니멀리즘을 실천하는 태도와 닮은 점이다. 6가지는 이렇다. 1. 긍정적인 말로 목표를 말하라 2. 방법을 적어라 3. 목표를 단계별로 쪼개라 4. 데드라인에 몰입하지 마라 5. 목표를 시각화하라 6. 늘 대안을 준비하라 1. 고딩 때부터 호기심으로 알바를 시작한 나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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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율 다이어리-겨울직업 김첼로 2019. 4. 29. 13:16
주머니 난로를 가지고 다녔게 며칠 전이었는데. 혹독하게 추웠던 겨울 대신 벚꽃과 라일락 꽃 냄새로 진동하는 요즘이다. 뜨거운 햇살로 이마가 뜨거웠던 여름 같은 날씨가 며 칠 이어지는가 싶더니 어제부터 비가 주룩주룩. 창문을 활짝 열어 빗소리를 듣는다. 하. 5.5살(한국 나이 7세) 율율은 요즘 말이 트여 그동안 못했던 한국말이 많은지 쉬 멈추지 않는다. 오늘은 주말 아침에 자주 먹는 팬케익을 만들어 달라며 나를 깨운다. 계란 값이 금값인 요즘을 핑계 대는 건 아니지만, 이날 계란이 똑 떨어져 다음 날 만들어 준다고 약속하고 어제 장 볼 때 가장 저렴한 15구에 4천 원 대 계란을 사놨다. (2-3천 원대면 유기농 계란을 살 수 있었는데 지난달부터 7천 원부터 1만 원대까지 계란값이 미친 듯이 올라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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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율 다이어리직업 김첼로 2019. 4. 29. 12:15
한국은 스마트폰 세계 최강국이다. 과학 수사를 펼치는 경찰계는 드론이 떠다니며 범인의 행적을 잡고, 영화판에선 헬기를 대신해 드론이 촬영을 하는 시대다. 재미 삼아 고가의 드론을 여러 대 구입해 가지고 노는 키덜트족도 주변에 생긴다. AI(인공지능), 머신러닝, 로봇을 비롯해 무인 자동차 테슬라가 세상에 나왔고.(국토부의 제작자 등록 등 인증 절차가 지연되어 한국에 출시가 늦어지는 테슬라는 오는 6월 예약자들이 차를 받는다.) 5년 전 나는 내 인생 최대 인 아기를 낳았다. 하루하루 커가면서 하는 신기한 행동, 예상치 못한 말들... 그 순간을 너무 혼자 즐겼다. 문득,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들과 내 생각이 미래에 기억이 나지 않을까 겁났다. 모든 순간이 기억난다는 건 불가능함을 알면서도 왜 기록하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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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에 가면 이런 기분일까... 35도만큼의 데시벨직업 김첼로 2019. 4. 29. 11:41
오늘은 최고 기온 35도가 넘을 거라는 국가 재난 폭염 경보가 진동으로 해놓은 핸드폰에서 높은 데시벨의 요란한 알람음으로 찢어지듯 울렸다. 아침에 커피를 내리며 오늘은 찜질방 같은 바깥공기 마시기는 절대 하지 말기로 생각했지만. 휙! 자전거를 타고 동네 수퍼에서 요리할 재료와 와인을 사기로 하고 숨 막히게 더운 날 집에 놀러 오기로 한 친구 와 그의 딸을 마중했다. 일(9 to 7)하는 엄마로 살림 및 음식 하기와는 거리가 먼 이 친구는 나를 위해 처음으로 피칸 파이를 만들었다며 서프라이즈를 한다. 차가운 맥주와 싱거운 피칸파이가 이렇게 잘 어울리다니! 잠시 감동을 하면서 내 요리에 집중하고 오랜만에 밀린 수다를 했다. 집 안에서 놀던 율율과 다운은 밖에서 놀고 싶다고 조르기 시작했고, 집 근처 큰 서점..